콩쿠르에서 곡 선택은 단순히 연주자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의 평가 기준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입니다. 본 글에서는 심사위원의 관점에서 바라본 곡 선택의 중요성과 효과적인 전략을 구체적으로 다루어, 참가자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심사위원이 보는 전통 레퍼토리의 가치
심사위원들은 대부분 오랜 연주 경험과 교수 경력을 지닌 전문가들이기에 전통적 레퍼토리에 대한 기대치가 큽니다.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 쇼팽과 같은 작곡가의 작품은 연주자의 기초 역량과 음악적 깊이를 드러낼 수 있는 대표적인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이 곡들을 연주할 때는 단순히 정확한 음과 리듬을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품의 구조와 스타일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같은 곡을 수십 년 동안 수없이 들어왔기 때문에, 단순히 무난한 연주보다는 자신만의 해석을 가미한 연주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해석이나 스타일 왜곡은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원작의 정신을 존중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개성을 드러내는 균형 감각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전통 레퍼토리는 연주자의 기본기를 보여주는 시험대이자, 심사위원의 평가 척도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이 기대하는 곡 해석의 깊이
곡 선택에서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해석의 깊이’입니다. 심사위원들은 단순히 음표를 정확히 재현하는 것을 넘어, 연주자가 곡의 시대적 배경, 작곡가의 의도, 음악적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에 주목합니다. 예를 들어 낭만주의 곡을 연주할 때 지나치게 기계적인 연주는 감점을 받을 수 있으며, 반대로 지나친 감정 표현으로 음악적 균형을 잃는 경우에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음악적 진정성과 연주자의 성숙도를 중시하기 때문에, 참가자가 자신의 연령과 경험에 맞는 곡을 선택했는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됩니다. 너무 무거운 철학적 작품을 미성숙한 해석으로 연주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곡을 선택할 때는 단순히 난이도가 높은 곡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충분히 소화하고 해석할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심사위원의 관점에서 ‘설득력 있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핵심 조건이 됩니다.
트렌드 반영과 개성 있는 선택
2024년 콩쿠르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곡 선택의 다양성과 개성입니다. 단순히 유명한 레퍼토리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대 작곡가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포함시키는 참가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 작곡가, 비유럽권 작곡가, 또는 새로운 해석을 요구하는 현대 곡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성을 강조하다가 지나치게 실험적인 곡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선에서는 바흐나 베토벤 같은 전통적 곡을, 본선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혹은 동시대 작곡가의 곡을 포함시키는 방식이 이상적입니다. 참가자가 얼마나 다양한 음악 세계를 소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최신 트렌드라 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구성과 무대 완성도
콩쿠르에서 곡 선택은 단일 작품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 프로그램의 구성으로 확장됩니다. 심사위원들은 참가자가 라운드별로 제시하는 곡의 흐름과 조화를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1라운드에서는 기초와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을, 결선에서는 감정과 테크닉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곡을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프로그램의 다양성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정 시대나 스타일에 치우치지 않고 바로크, 고전, 낭만, 현대곡을 균형 있게 선택하는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전략입니다. 심사위원은 참가자가 음악적 폭넓은 이해를 지니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무대 완성도는 단순히 곡의 난이도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갖습니다. 어려운 곡에서 불안한 연주를 보여주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완성된 연주를 선보이는 편이 심사위원들에게 더 긍정적인 인상을 남깁니다.
콩쿠르 곡 선택은 단순한 취향이나 기술 과시가 아니라, 심사위원의 평가 기준과 직접 연결된 전략적 과정입니다. 전통적 레퍼토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트렌드를 반영하고, 곡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보여주며 프로그램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곡 선택 과정에 충분한 고민과 계획을 담는다면, 무대에서 더욱 설득력 있는 연주를 선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